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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손창섭 <비오는 날, 잉여 인간>

by 인문학엄마 2023.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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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비가 주르륵 내려서 손창섭의 비 오는 날을 골라서 읽어봤습니다. 또 다른 작품 잉여인간도 같이 읽고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비오는 날&#44; 잉여 인간

 

비오는 날, 잉여 인간

작가 소개

손창섭은 1922년 평안남도 평양에서 가난한 집안의 외동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초등학교를 고향에서 마친 후 집을 떠나 만주, 일본 등에 서 방랑 생활을 했습니다. 이후 학교를 몇 군데나 옮겨 가며 학비를 스스로 벌 어서 공부해 간신히 중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일본(日本) 대학에서 몇 년간 공부를 했지만, 해방이 되자 귀국하여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1948년 월남하여 교사, 출판사 사원 등으로 일했습니다. 949년 단편 소설 <얄궂은 비〉를 발표하였으며, 1952년에 단편 소설 <공휴일>과 <사록기>가 《문예》의 추천을 받음으로써 등단했지요. 그 후 〈비 오는 날>, <혈서>, <유실몽> 등의 문제작을 발표했고, 1959년에는 <잉여 인 간으로 제4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1960년 그 자신의 생애를 담은 자전적 소설 <신의 희작>을 발표 한 이후부터 서서히 작품 발표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발표한 작 품으로는 1962년 장편 소설 <부부〉와 1969년 장편 소설 〈길〉 이외에 뚜렷하게 기억할 만한 작품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1973년에 일본으로 귀화했고, <유맹>, <봉술랑> 등의 신문 연재소설을 일본에서 집필하여 한국일보 등에 연재했습니다.

비정상적 인물과 인간에 대한 모멸 손창섭의 소설은 그의 고백에 따르면 소설의 형식을 빌린 그 자신의 정신적 수기입니다. 그렇지만 그의 소설이 자신의 신변잡기를 묘사해 낸 것만은 아니지요. 그의 작품에서 개인의 사생활을 묘사하고 있다는 느낌을 거의 받을 수 없는 것은 그의 소설이 전후(戰後)의 정신적 분위기 또는 인간의 근원적 속성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의 소설에는 인간에 대한 모멸과 부정이 가득 차 있습니다.

그는 그 자 신을 '신의 희작(作)'으로 보았으며, 이 같은 그의 생각은 자신의 작품 속 등장인물에게 잘 나타나 있지요. 그의 소설적 주제는 폐병 환자, 간질환자, 절름발이 등 비정상적 인물들의 비정상적 생활입니다. 이러한 인물들은 업신 여기고 얕잡아 볼 수밖에 없는 짓만 하며 이 세상의 허망함만 드러내 보일 뿐이지요.

 

비 오는 날

줄거리

원구는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날이면 동욱 남매가 생각납니다. 원구는 법학을 전공한 학생으로, 1·4 후퇴 때 월남하여 부산에서 잡화를 팔며 살고 있는데, 어릴 때 친구인 동욱을 만났습니다.

동욱은 영문학을 전공한 목사 지망생으로 착실한 학생이었고, 그에게는 그림을 좋아하는 신체 불구자인 동생 동옥이 있었지요. 동욱은 미군에게 초상화를 주문받아 그것을 동옥이가 그려서 생활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원구를 만난 동욱은 적선하는 셈 치고 동옥이와 결혼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기도 하지요.

어느 비 오는 날, 동욱의 집을 찾아간 원구는 이들 남매가 인가에서 떨어진 외딴 목조 건물, 마치 도깨비가 나올 것 같은 집에서 냉소적으로 대하는 동옥을 만납니다. 동욱은 원구에게 이제 초상화 그리는 일거리도 없다며 외로운 동옥을 가끔 찾아와 위로해 줄 것을 부탁합니다. 그 후 동욱의 집을 찾아간 원구는 동옥이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모아 놓은 돈을 주인 노파에게 떼이고, 그것 때문에 동욱이 동옥을 심하게 대하는 것을 봅니다. 

다음에 찾아갔을 때 우너 구는 동욱 남매를 볼 수 없었고, 낯선 사내가 주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주인은 동옥이 편지를 남겼는데 애들이 찢어 버렸다고 합니다. "그년은 인물이 반반해서 굶어 죽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에 동옥이 사창가로 팔려 갔을 거라는 생각으로 심한 자책감에 빠집니다.

작품 해설

"원구는 그들을 찾아가 보았으나 동욱과 누이를 찾을 수 없었고 낯선 사람이 주인이 되어 있었다. 그 주인은 누이와 함께 남긴 편지를 아이들이 찢어 버렸다고 말했다.

동욱은 활짝 펴놓은 삶의 꿈이 지나치게 무너져버리며 죄책감에 사로잡히고, 자신이 정신장애자로 팔려 가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엄하게 비난한 채 빠져들었다.

이 작품은 1953년 11월호 '문예'에 게재된 단편 소설로, 신체적으로 불편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여 한국전쟁 이후의 패배국가 시절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인물들의 적응 문제가 본질적인 골자이면서도 희생과 괴로움이 돋보이는 짙고 절망적인 분위기와 병적인 인물들은 그 시대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 작품은 절박한 상황에 역부족이 비정상적인 삶을 살다가 전무한 존재들을 통해 그 시대의 재앙적 상처들과 전쟁 이후의 비극을 드러낸다. 그러나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빈정대는 듯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 작품의 배경은 부산이다. 한국전쟁 당시 고향을 떠나 저 몰락한 이들이 불쌍한 삶을 보내는 곳으로 유인되었다.

도량형 집과 그 집 주변의 비사회성, 만남을 순간 신뢰감이 가장 필요한 불우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사실, 그 집은 부산 시 위기적인 상황에서가 최고의 무너진 집 중 하나였다. 이것은 동욱과 동옥의 생활상 실체적, 정신적 곤란과 어지러움 끼치는 장소적 기술을 통해 명백히 드러난다. 

잉여인간

줄거리

만기 치과의원에는 원장 서만기와 간호사 홍인숙 이외에도 매일 출근하는 인원들이 있다. 그들 중에는 비분강개파라고 채익준과 천봉우 등이 있다. 둘은 중학교의 같은 반 친구였다. 그날도 둘은 일찍 나와 대기실에서 앉아있다.

어느 날, 의사 장례식을 벌이며 가짜 의약품을 파는 범죄 조직이 검거된 기사를 읽고  정의감이 높은 채익준은 흥분하는데 이에 동조해 주지 않는 봉우에게 소리 핏대를 올리며 나가 버립니다. 봉우는 사실 무엇이든 관심이 없고, 그리고 대한민국 전쟁 이후로 더욱 병약해진 수면 부족증에 고생하고 있다. 게다가 그의 아내는 여러 악습을 가진 여성이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만기는 이들과 달리 성실성, 능력, 포용력을 지닌 인물이다. 그의 가정생활은 아내와 평온하다. 그러나 그들은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없어 전봉우의 시아버지가 소유한 병원 건물과 의료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봉우의 아내는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가며 이때마다 만기를 향해 능숙하게 귀찮게 굴지만, 그는 그런 모습을 당당하게 거절하려고 노력한다. 어느 날, 임준의 아들이 집을 떠난 아버지를 찾으러 병원을 찾아오면서 만기는 익준이 집을 나간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간호사 홍숙 씨를 통해 봉우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집에서는 처제가 사랑한다고 고백하여 그의 머리는 더욱 복잡해진다.

봉우의 아내는 만기를 유혹하다 거절당하자 복수로 병원을 남에게 넘겨버린다. 이 때문에 익준의 아내가 죽었고 만기와 봉우는 봉우의 아내가 빌려준 돈으로 임준의 대신 장례를 치른다. 장례를 마친 날 얼굴이 까칠한 익준이 집에 돌아온다. 아이들이 매달려도 그는 장승처럼 서 있을 뿐이다.

 

작품해설

부정적인 인간 캐릭터의 생성 이 단편소설은 '사상계' 1958년 9월호에 공개되었으며, 이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한국 전쟁의 국가적 비극을 경험한 인물들이다.

서만기와 천봉우, 채익준이라는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 작품은 한국 전쟁 이후의 현실과 전쟁이 남긴 참상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서만기는 예술과 고급 감상을 갖고 있으며 귀공자다운 풍모와 굳은 의지, 확고한 신념, 강한 의리감과 인정미를 지닙니다. 하지만 현실 생활에서는 5평도 안 되는 치과 병원을 운영하며 병원 개원을 하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겉과 속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인간을 통해 작가는 1950년대의 우리 사회의 병적인 요소를 해부하고 있습니다.

한편 천봉우의 간호원인 홍인숙에 대한 사랑은 그의 정신적 상처에 근간을 두고 있습니다. 그것은 피난 나갈 기회를 놓치고 3개월 동안 서울에 숨어서 불안한 긴장 상태로 지내면서 커다란 상처를 입은 때문입니다. 채익준은 아내의 장례가 끝나자 집으로 돌아옵니다. 비록 아이들의 고무신을 사들고 오지만, 그것은 익준의 가련한 인상일 뿐 그가 생활인으로 사회에 적응할 가능성이 없다는 뜻입니다.

매일 병원에 나와서 2시간에 걸쳐 신문을 읽으며 광고까지 훑어 내려가지만 그것은 하나의 허상일 뿐입니다. 가짜 약 제조업자를 극형 시켜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거나, 사회의 안녕을 유지하기 위해 일명 D.D.T 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모두 공허한 관념일 뿐입니다.

그에게는 현실적인 힘도 의지도 없는 것입니다. 돈을 빌리기 위해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 왔지만 이야기도 꺼내지 못한 채 결국 빈손으로 아들을 돌려보낸 일은 무능력함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는 현실이 아니라 생각 속에서만 비분강개파에 그치고 마는 인물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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