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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루쉰의 <아큐정전>에 대하여

by 인문학엄마 2023.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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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큐정전

 

<아큐정전>은 루쉰이 만 40세 때에 지은 소설입니다. 그 당시 중국은 신해혁명을 통해 청 왕조가 무너지고, 중화민국이 세워집니다. <아큐정전>은 신해혁명 때의 농촌 생활과 그 당시 중국인들의 사고방식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큐정전>에 나오는 중국인들의 모습에는 '이렇게 나아가야 한다.라는 희망의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큐와 아큐를 둘러싼 사람들의 무기력하고 교활한 모습만이 그려져 있습니다.  중국인들은 <아큐정전>을 읽고 모두 아큐가 자신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소설 속에서 객관적으로 발견하고 나면 스스로를 변화시켜야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루쉰이 바란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비판이 1921년 당시의 중국인들에게만 해당할까요? <아큐정전>이 세계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어 널리 읽힌 이유는 이 소설이 담아낸 것이 비단 중국인들만의 모습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큐정전 줄거리

 

아큐는 날품팔이 일꾼입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최하층민 아큐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부자에다 아들까지 잘 키워서 존경받는 자오 영감과 첸 영감을 혼자서 무시합니다. 아큐는 싸움에서 졌을 때도 자기가 이겼다고 생각하는 '정신승리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날, 지나가던 비구니에게 화풀이를 하다가 비구니의 뺨을 만지고 여자에게 눈을 뜨게 된 아큐는 자오 영감네 하녀인 우마에게 결혼하자고 합니다. 우마는 기겁을 하고, 이 일이 소문이 나자 웨이주앙 마을에는 그에게 일을 맡기는 사람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아큐는 웨이주앙 마을을 떠납니다. 성 안으로 갔던 아큐가 큰돈을 벌고 돌아오자 마을 사람들은 그를 달리 보게 되고 서로서로 아큐가 가지고 돌아온 물건을 사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내 아큐가 수상하다는 소문이 돌고, 마침내 아큐는 자기가 벌어 온 돈이 모두 도둑질을 한 것이라고 털어놓습니다.

 이때 혁명의 물결이 일어나는데, 아큐는 혁명이 뭔지도 모르면서 사람들이 벌벌 떠는 모습을 보며 무조건 좋은 것으로 믿어 버립니다. 그래서 자기도 혁명당원이라고 자처하며 여기저기 간섭하다가 자오 영감네가 약탈당하는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아큐는 도둑으로 몰려 잡혀갔으나, 자기가 혁명을 하려 했던 탓이라 착각합니다. 왜 잡혔는지도 모르고 왜 형장으로 끌려가는지도 모르는 채 아큐는 '살다 보면 목이 잘리는 수도 있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곤 총살을 당합니다. 구경하던 사람들은 '총살은 볼 게 없다'며 냉혹한 말을 내뱉을 뿐입니다.

 

<아큐정전>의 의미

루쉰이 아큐를 통해 보여 주고자 한 것은 정신 승리법' 속에 숨어 있는 속임수입니다. 당시 중국은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여러 나라와의 전쟁에서 패하고 또 패했습니다. 그런데도 중국인들은 머릿속으로 중국은 큰 나라다'라고 위로하며 우쭐거리고 있었습니다.

루쉰은 아큐를 통해 이렇게 자기만족, 자기 속임수에 빠져 있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비판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지금의 우리도 아큐처럼 자신의 게으른 모습을 합리화하고 남의 약점을 놀리며 살고 있지는 않는지요? 강한 자에게는 비겁하게 굴고 약한 자는 짓누르고 있지는 않는지요? 이를 함께 돌아보는 것이 <아큐정전>을 읽는 의미일 겁니다.  

<아큐정전>은 제목을 정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이 내용에서 '전기'를 상세히 구분한다는 것과 아큐가 성씨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하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열전(列傳) 많은 사람의 전기를 차례로 벌여 기록한 책.

자전(傳) 자서전.

가전(傳) 한 집안의 일과 업적을 적어 대대로 전하는 기록.

본전(本) 어떤 사람의 전기 중에서 주가 되는 전기.

외전(外傳) 본전(本傳)에 기록되지 않은 전기나 일화, 주석 등을 따로 모아 엮은 책.

소전(小) 줄여서 간략하게 쓴 전기

정전(正傳) 바르게 전하여 오는 전기

 

작가소개

루쉰은 1881년 중국 저장성(浙江省) 사오싱(紹興)에서 출생한 중국의 대표적인 작가입니다.

어릴 적 가정의 잇단 불행으로 문제를 겪으면서 성장하였고, 나중에 유학을 위해 입학한 센다이 의학전문학교에서 목격한 중국인의 처형장면에 분노하여 학교를 중퇴하였습니다. 이후 일본 유학을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와 교육부원, 교사로 일하며 고서 연구 등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였고,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수많은 작품 번역 작업을 수행하였습니다.

1918년 "광인일기"를 발표하여 대규모 가족제도와 예교의 폐해를 비판하였으며, 이후 "야초" 등의 작품과 함께 중국 근대문학을 지향하며 활동하였습니다. "아큐정전" 등의 작품을 통해 현실에 뿌리박은 강인한 사고와 혁명가적인 사상을 지닌 작가로서 중국근대문학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는 문학 작품을 비롯하여 법역, 예술 분야에서도 활동하였으며, 우익적 그룹 등에 대한 논전을 통하여 매우 전투적인 사회 단평의 문체를 확립하는 등 중국의 혁명운동에도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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