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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채만식의 <논 이야기>, <미스터 방> 줄거리 및 작품해설

by 인문학엄마 2023.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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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 문학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현실 비판 정신으로 많은 작품에 녹아있는데요. 오늘은 채만식의 작품 <논 이야기>, <미스터 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논이야기&#44; 미스터 방

<논 이야기>, <미스터 방>

작가소개

채만식의 호는 백릉입니다. 1902년 전북 옥구군에서 태어나 1918년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중앙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1920년 집안 어른들의 권유로 고향에서 결혼하지만, 결혼 생활은 내내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학업을 위해 혼자 서울로 올라와 생활하던 채만식은 1922년 중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와세다대학에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관동 대지진으로 공부를 중단하고 귀국하여 동아일보에서 학예부 기자로 일했습니다.

채만식은 1924년 <조선문단> 12월호에 단편 <세 길로>를 발표하면서 등단하게 됩니다. 1926년 조선일보 기자로 일하면서 <산적>을 비롯한 다수의 단편 소설과 희곡을 발표하지만, 별반 주목을 끌지 못했습니다. 

1930년대 채만식은 동반자적 입장을 보이면서, 1932년에 단편 소설 <부촌>, <농민의 회계 보고>, 1933년에 중편 소설 <인형의 집을 나와서>, 1934년에 <레디메이드 인생> 등을 발표합니다. <레이메이드 인생>은 일제 강점기 지식인의 어려운 생활을 풍자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그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1936년 채만식은 조선일보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문학 창작에 전념하는데, 이때 동반자적 입장이었던 그의 작품에 변화를 겪습니다. 단편소설 <명일>과 <산비둘기>, <순공 있는 일요일>, <사호 일단> 등 서민들 삶에 깃든 전래의 생활 감정을 그린 작품들을 비롯하여, 1938년에 발표한 <탁류>, <금의 정열> 등 일제 강점기의 세태를 풍자한 작품들을 많이 발표합니다.  특히 장편 소설 <태평천하>와 <탁류>는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사회의식과 세태 풍자를 포괄적으로 보여 주는 작품입니다. 

채만식은 문학의 풍자적 특성은 특히 실직한 지식인들을 다룬 작품에서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작가는 자기와 같은 지식인들을 작중 인물로 내세워 풍자함으로써 지식은 있지만 발붙일 거점이 없는 당시 사회 현실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자 한 것입니다. 

논 이야기 줄거리

해방이 되던 날도 별로 기쁜 줄 모르던 주인공 한 생원은 일본인이 모든 재산을 두고 맨손으로 쫓겨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만세를 부르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한 생원은 경술년 합방 이전, 고을 원에게 열세 마지기의 논을 억울하게 빼앗기고, 노름빚 때문에 남은 일곱 마지기의 논마저 팔 수밖에 없었던 가난한 소작농으로, 자신이 일본인 요시카와에게 판 땅을 되찾게 되리라고 기대하고 일곱 마지기 논을 보러 나섭니다. 그는 길을 나서다 만난 동네 젊은 사람에게서 자신이 예전에 요시카와에게 팔았던 땅을 읍내에 사는 영남이가 요시카와 농장 관리인인 강태식에게 돈을 주고 샀다는 얘기를 듣고 분개합니다.

일본인의 재산을 조선 사람에게 판다는 소문이 들리고, 자신의 땅을 나라에 돈을 내고 사야 하는 현실인 것입니다. 

 

논 이야기 작품해설

농민에게 땅은 삶의 터전이자 존재의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농민이 땅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농사를 짓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삶 자체가 없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농민이 땅 없이 살아가야 하는 모순된 현실에 대해 고발하는 것입니다. 

해방으로 걸었던 기대는 일본인의 손에 넘어간 토지를 되찾는 것이지만 독립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친일파를 중심으로 한 지주 세력의 기득권은 유지되었던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 한 생원이 토지를 되찾으리라는 기대감이 무너져 분노하고 허탈해하면서 자신은 다시 나라 없는 백성이라고 선언한 것은 토지와 소유의 분배에서 소외된 농민에게는 나라의 독립 전과 후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논 이야기는 농민에게 가장 절박한 생존 문제가 해방 이후에도 친일파들이 여전히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반해 일본인에게 농토를 수탈당한 가난한 농민들의 삶은 해결되지 않았음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러한 한 생원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지만, 그 이면에는 합리적이지 못하고 허황된 꿈을 꾸며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우매한 소시민의 삶의 태도를 풍자의 대상으로 삶고, 한 생원을 비판하는 것이 깔려 있습니다. 

 

미스터 방 줄거리

농사를 짓던 짚신 장수의 아들 방삼복은 돈벌이를 하러 일본과 중국을 돌아다니다 십여 년 만에 더 초라해진 행색으로 돌아옵니다. 그 후 서울로 올라와 신기료장수를 하며 살던 그는 해방 이후에 자신에게 돌아오는 해방의 혜택이 없자 독립을 기뻐하기는커녕 오히려 탓합니다.

방삼복은 거리에 그득해진 미군들이 말이 안 통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통역관이 되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종로로 나가 대상을 물색하던 중, 말이 통하지 않아 곤란을 겪고 있는 어느 미군 소위의 담뱃대 사는 것을 도와주고 그 자리에서 통역관으로 채용됩니다. 그 뒤 미스터 방으로 불리며 소위에게 조선을 소개한 공로로 한층 발전한 방삼복은 미군의 통역관으로서의 권세를 행사합니다.

한편 백 주사의 아들은 일제 강점기에 순사로 근무하면서 온갖 비리를 저지른 인물로 해방되던 날 밤, 집을 습격한 군중에게 모든 재물을 빼앗기고 본집으로 도망을 오지만, 아들이 부덕하게 번 돈으로 재산을 불린 백 주사네도 무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백 주사는 서울로 피신 와 여관에서 머무르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 우연히 방삼복을 만나 방삼복에게 자신의 재산을 찾아 줄 것과 재물을 가져간 놈들을 혼내 줄 것을 부탁합니다. 그리고 재산을 찾아 주면 절반을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방삼복은 당장이라도 자기 말 한마디면 미군 헌병들이 득달같이 달려가 혼내 줄 거라고 장담합니다. 통역일을 한 뒤로 술을 마실 때 양치하는 버릇이 생긴 방삼복은 노대로 나가 양치한 물을 내뱉는데 공교롭게도 양칫물은 자신을 찾아온 소위의 얼굴에 뿌려집니다. 방삼복은 놀라서 달려 나가 손바닥을 싹싹 비비지만, 소위는 방삼복에게 욕을 하며 어퍼컷을 한 대 날립니다. 

미스터 방 작품해설

미스터 방은 해방으로 인한 신분 계층의 상하 이동, 친일파의 몰락과 처신, 미군의 등장, 영어 및 통역관의 위력과 그로 인한 폐단, 서구 취향적인 삶의 양식 등 8 • 15 해방 이후 벌어지는 사회 문제가 압축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시대가 탄생시킨 부정적 인물상과 세태를 그린 것으로, 약삭빠른 처세술로 한몫 잡으려는 인간들의 삶의 태도를 풍자하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경찰서 경제계 주임이던 친일파 아들을 둔 백 주사는 해방이 되면서 군중의 습격을 받아 겨우 목숨만 건져 피신해 있으면서도, 미군 장교의 통역관인 방삼복의 권력을 이용해 빼앗긴 재물을 되찾고 마을 사람들에게 분풀이를 하기 위해 계략을 꾸미는 모습을 보입니다. 친일파적인 행동을 일삼은데 대한 반성은 커녕 권력에 빌붙어 이기적 탐욕을 채우려는 데만 급급한 친일파의 기회주의적 속성을 보여 줍니다.

방삼복은 양칫물을 미군 장교의 얼굴에 뱉어 버리는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 버리는 희화적 결말에는 다소 억지스러운 면으로 어이없는 우연한 실수와 이로 인해 가진 권력을 잃어버리는 모순된 현실에 대한 비판과 개선이라는 주제 의식과 풍자의 사회적 기능은 상대적으로 약화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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