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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김만중의 구운몽

by 인문학엄마 2023.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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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

 

우리나라 대표 고전으로 책에서 일부 구절을 익히 보셨을 텐데요. 중학교 교과서에서 나오고 수능에도 나왔던 구운몽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구운몽

작가소개

김만중은 1637년(인조 14년)에 태어나 1692년(숙종 18년)에 세상을 떠난 조선 후기의 문신입니다.

그는 아버지가 정축호란(丁丑胡亂, 1637년) 때 강화도에서 순절하였기 때문에 유복자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는 궁핍한 살림에도 자식에게 필요한 책은 값을 따지지 않고 구해 주었으며, 자신이 직접 《소학(小學)》, 《사략(史略)》, 《당시(唐詩)》를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산수, 음률, 천문, 지리 등은 물론 불교, 도교, 패관 소설에 이르기까지 박학다식해질 수 있었습니다. 김만중은 어머니로부터 엄격한 가르침을 받고 14세에 진사 초시에 합격하고, 이어서 16세에 진사에 일등으로 합격했습니다.

그 뒤 1665년(현종 6년)에 정시 문과에 급제하여 관료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1671년(현종 12년)에는 암행어사로 경기 및 삼남 지방을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김만중은 1687년(숙종 13년) 장 희빈 일가를 둘러싼 상소 사건에 연루되어 의금부에서 조사를 받고 옥에 갇혔다가 선천으로 유배되었습니다. 이후 선천에서 남해로 옮겨져 집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이때 유배된 그를 걱정하던 어머니는 병으로 죽게 됩니다. 효심이 지극한 그였지만,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김만중은 적어도 금성(金城)에서의 유배생활 이전까지는 도교와 불교를 이단시하고, 주자를 숭배하는 뛰어난 유학자였습니다. 이러한 그에게 사상적인 변혁이 온 것은 그의 나이 37세 때였습니다. 당쟁의 와중에서 그는 정치에 대해 환멸을 느꼈습니다. 이후 그는 정치에서 깨끗이 손을 씻고 조용히 살고 싶은 마음으로 유교 · 도교·불교 등의 철학을 폭넓게 섭렵했습니다.

김만중이 유배 생활을 한 남해는 노장 사상에 바탕을 둔 도원명의 무릉도원을 방불케 하는 고장입니다. 그는 거기서 한국적 이상향을 발견했다고 할 수 있지요. 그가 동경하는 마을은 복숭아꽃이 피고, 청학이 와서 춤을 추고, 대나무 숲에서 거문고를 타는 천연의 고장이었던 것입니다. 그곳이 바로 그가 <구운몽>을 이룩하게 한 낙원이요, 무릉도원이었던 것이지요.

이런 맥락에서 <구운몽>은 김만중 사상의 도량이요, 마음의 고향을 현실화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구운몽>은 인간의 부귀영화가 일장춘몽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숙종 때의 몰락해 가는 귀족의 회고적인 꿈의 세계를 그리고 있지요.

줄거리 

중국 당나라 시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시기 남악 형산에 있는 육관 대사와 그의 수제자인 성진은, 천축국에서 당나라로 불법적인 일을 베풀기 위해 온 국외 유학생입니다. 어느 날, 스승의 심부름으로 동정호 용왕에게 간 성진은 용왕의 권유로 인해 마지못해 술을 마시게 되고, 돌아오는 길에 형산의 선녀 위 부인의 제자인 여덟 선녀를 만나, 농담을 주고받으며 놀게 됩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성진은 인간 세상으로 추방되고, 여덟 선녀들도 인간세상으로 보내지게 됩니다. 이후, 성진은 인간 세상에서 양소유로 태어나 문무를 크게 떨치면서, 승상의 자리에까지 오르며 여덟 선녀를 만나 결혼합니다.

하지만 어느 날, 양소유는 이러한 모든 것이 부질없음을 깨닫고 불교에 귀의하고자 합니다.

  그러자 낯선 승려가 나타나는데, 그와 말을 나누다가 갑자기 꿈이 깹니다.

꿈에서 깨어 보니 성진은 처음에 부귀영화를 꿈꾸며 번민하던 자신의 방에 그대로 앉아 있고, 아직 밤이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스승이 하룻밤 꿈으로 성진의 헛된 생각을 깨우쳐 준 것이지요. 조금 후에는 위 부인의 제자인 여덟 선녀가 육관 대사를 찾아옵니다. 육관 대사는 여덟 선녀에게도 성진과 똑같은 꿈을 꾸게 해서 헛된 생각을 깨우쳐 준 겁니다. 이윽고 육관 대사는 성진과 여덟 선녀가 다 모이자 가르침을 베풀어 득도하게 합니다. 육관대사는 성진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천축국으로 돌아가고, 오랜 세월 동안 불도를 닦은 뒤 아홉 사람이 모두 극락으로 갑니다.

 작품 해설  

소유로 살아가다가 그 꿈에서 깨어나 자신이 양소유가 아니라 성진임을 깨닫는다는 내용이지요.

성진과 양소유라는 이름에 이미 이런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성진(性, 眞)'은 진정한 본성이라는 뜻이고, '소유(少遊)'는 잠시 논다(인간 세상에 잠시 놀러 왔다.)는 뜻이니까요.

한편 양소유는 과거에 급제하고 벼슬길에 올라 학식을 뽐내고, 역모를 막고 외적을 물리치는 등 문무 모두 빼어난 인물입니다. 벼슬은 승상에 오르고, 황제의 총애를 받아 위국공이라는 칭호와 궁궐을 하사 받았으며, 두 명의 아내와 여섯 명의 첩을 거느리는 등 사대부들이 꿈꾸는 모든 것을 이루었지요.

그러나 이는 하룻밤의 헛된 꿈에 지나지 않았으며, 성진은 양소유로서의 삶이 헛됨을 느끼고 불도에 정진하여 진정한 깨우침을 얻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서 작가 김만중은 인생의 부귀영화가 다 허망한 것임을 말하고자 한 것이지요.

구운몽(九雲夢)은 무슨 뜻일까?

'구운몽(九雲夢)'은 글자 그대로 '아홉 개의 뜬구름 같은 꿈'을 뜻합니다. 아홉이라는 숫자는 성진과 여덟 선녀를 뜻합니다. 이들이 꿈꾸던 속세의 부귀영화라는 것이 하늘에 떠가는 구름처럼, 또 하룻밤 꿈처럼 덧없고 일시적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허무한 것일 뿐이라는 말이지요. 이 작품은 <옥루몽〉, 〈옥련몽〉 등 이후의 소설들에 큰 영향을 미쳐, '몽자류 소설의 효시( ‘몽’ 자 붙은 소설들의 처음)'라고 합니다.

 김만중 같은 유학자가 왜 불교 소설을 썼을까?

서인(西人) 출신으로 대사헌의 자리에 있던 서포김만중은 장 희빈과 관련된 사건에 휘말려 유배를 당합니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던 그는 특히 효성이 지극했는데, <구운몽>은 그가 유배 생활 중에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썼다고 합니다.

아들만 바라보고 오랜 세월 고생한 그의 홀어머니는 아들의 파직과 유배에 걱정과 슬픔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효자인 김만중은 '세상의 부귀영화는 모두 헛된 것이니, 지금 제 신세가 이렇더라도 너무 상심하시지 말라.'라는 뜻을 담아 이 작품을 쓴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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