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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이상 < 날개 >

by 인문학엄마 2023.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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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중학교 다닐 적에  대학로에 있는 소극장에서 이상의 날개를 처음 접했습니다. 그 당시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본 인생 첫 연극이었다. 소극장에서 느꼈던 그 이상한 감정과 느낌은 절대 잊을 수 없었습니다. 오늘은 이상의 <날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날개

작가소개

이상(李箱)의 본명은 김해경입니다. 1910년 서울에서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두 살 때부터 집안이 어려워 부모를 떠나 큰아버지 집에서 자랐습니다.

큰아버지에게 한학을 배운 이상은 1917년 신명보통학교에 입학하여 1921년에 졸업하였고, 이후 동관중학교에 입학했다가 1924년 보성 고등보통학교에 편입했습니다.

1929년 경성고등학교 건축과에 입학했으며, 재학 중에는 미술에 재능을 보였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후 총독부 내무국 건축과에서 건축 기사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천재 모더니스트 작가의 탄생 이상은 1930년, 잡지 《조선》에 중편 소설 "십이월 십이일"을 발표하고, 이듬해 《조선과 건축》에 '이상한 가역 반응’ 외 5편의 시를 발표했습니다.

이상은 1932년 단편 소설 "지도의 암실"과 시 '건축무한육면각체'등 난해한 작품을 계속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각혈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고 황해도 백천 온천으로 요양을 떠났습니다. 그곳에서 우연히 금홍이라는 기생을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되고, 서울로 돌아온 후 종로에 다방 ‘제비’를 개업했습니다. 이 무렵 화가 구본웅과 사귀고 모더니스트 소설가 박태원과 만나면서 그를 통해 문단의 이태준, 김기림, 정지용 등 중견 작가와 친하게 지냅니다.

이상은 1934년 '구인회(九人會)' 활동을 하면서, 당시 조선중앙일보 학예 부장이던 정지용의 강력한 추천에 의해 유명한 연작시 '오감도'를 연재하게 됩니다. 하지만 작품의 실험적 기법과 난해함 때문에 독자의 거센 항의를 받게 되었고, 결국 30회 예정이던 역작이 15회로 중단되고 말았지요.

1936년 이상은 <날개>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며 삶의 전환을 모색했습니다. 성천 · 인천 등지를 방랑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와 창문사에서 ‘구인회' 동인지 《시와 소설》을 편집하는 등 문단 활동에도 열의를 보였지요. <별기>, <동해> 등을 잇따라 발표했습니다. 이상의 대표적인 작품인 <날개>와 <지주회시>는 심리주의 계열을 대표하는 소설로, 자전적 요소가 짙은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날개>에도 암시되어 있듯이 이상의 결혼 생활은 순탄치 못했지요. 지병과 가난으로 얼룩진 부부 관계를 청산하고 그가 최후의 탈출구로서 시도한 것이 일본 도쿄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생활도 고난의 연속일 뿐이었지요.

1937년, 그는 사상 불온 혐의로 체포되어 구금까지 되었다가 건강이 극도로 쇠약해져 병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그러다 결국 그해 4월 17일 2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조선 문단은 애도의 물결에 휩싸였고, 박태원, 김기림 등에 의해 《조광》 등 각 잡지에는 이상 추모 특집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그가 죽은 후 <종생기>, <환시기>, <실화>, <단발> 등의 소설과 그가 생전에 써 놓은 글들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줄거리 

'나'는 아내와 함께 유곽과 같은 33번지 어떤 방에 세를 들어 살면서, 하루하루를 의욕도 없이 방 안에서 뒹굴며 살고 있습니다.

'나'가 보기에 아내는 상당한 미인으로, '나'는 그러한 아내의 미모를 내심 사랑하고 있었지요. '나'는 아내가 외출하고 없을 때면 아내의 방에 들어가 화장품 냄새를 맡으며 아내의 체취를 맡기도 하고 돋보기로 불장난을 하기도 하면서 놀지요.

그런데 아내에게 손님이 올 때는 아내의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윗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자지요. 손님이 가면 아내는 '나'에게 돈을 주는데, '나'는 돈을 쓸 줄 몰라 그 돈을 모아 놓습니다. 그러다가 그 돈을 아내에게 주고 처음으로 아내와 잠을 자게 됩니다. 그런 '나'에게 아내는 의외로 호의적으로 대합니다.

어느 날 '나'는 밖에 나갔다가 비를 맞아 앓아눕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아내는 '나'에게 약이라며 흰 알약을 먹이지요. '나'는 그 약이 아스피린인 줄 알았으나 아내의 방에서 최면약 아달린 갑을 발견하고 그로 인해 괴로워합니다.

만 하루를 자고 깨어나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내의 매 음 행위를 보게 되고, 아내에게 폭행까지 당합니다. 그 자리를 뛰쳐나와 아내가 자신을 하루 종일 재우고 무슨 짓을 했는가를 고민하다가 미츠코시 백화점 옥상에 올라 26년간의 과거를 생각하지요. '나'는 정오의 사이렌이 울릴 때 현란한 거리의 풍경을 내려다보면서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 더 날아 보자꾸나.'라고 외칩니다.

작품 해설

'나'는 어떠한 인물인가? - '나'의 행위에 대한 의미 이 작품은 1936년 9월 (조광》에 발표된 이상의 대표적인 단편 소설입니다. 특히 내용의 난해함과 형식의 파격성으로 1930년대 모더니즘 소설의 으뜸으로 꼽히는 작품이지요.

이 작품의 화자인 '나'는 기생부인 아내와 기형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나'는 아내가 외출하면 화려한 아내의 방으로 건너가서 돋보기로 불장난을 하고, 아내의 화장품 냄새를 맡고, 체취의 파편을 줍습니다. 아내가 아랫방에 사나이를 불러들여 수상한 짓을 해도 분노할 줄을 모르며, 오히려 착한 어린이나 순한 동물처럼 '아무 소리 없이 웃음 짓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러한 '나'의 행위는 그가 현대사회에서 일종의 기계나 동물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나'의 근원적인 염원은 '날개', 즉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염원을 이룰 수 없고, 오히려 그의 삶은 자유로움보다는 속박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이러한 작품은 전후문학의 역사적 변화를 반영하면서도 현대인의 삶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습니다.

"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라는 절규가 그것이지요. 따라서 '날개'는 자신의 주체성을 잃고 아내에게 기생하며 살던 나'가 주체적 자아를 회복하려는 의지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탈출의 의지는 행동이 동반된 미래 지향적이고 적극적인 의지라기보다는 결코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자의식 속에서만 메아리치는 간절한 내적 원망의 표현에 가까운 것입니다."

이상은 식민지 강점기 최고의 모더니스트로서, ‘의식의 흐름’ 기법을 활용한 우리나라 심리주의 문학의 선구자인 동시에 초현실주의적 시인으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매우 난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그의 불우한 환경, 그리고 자전적인 체험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지식인으로써 일제 강점기 식민지 현실에 대한 비관적이고 지적인 반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지요. 이상의 문학은 전반적으로 억압된 의식과 욕구 좌절의 현실에서 새로운 세계로 탈출하려는 초현실적 색채를 강하게 풍기고 있습니다.

이상 문학에서 나타나는 비관적 세계 인식은 모든 자연스러운 일상생활로부터 소외되어 혼자만의 밀실에 갇혀 자기 학대를 일삼는 등의 왜곡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지만, 그것을 통해 의식의 내면세계를 새롭게 해석해 볼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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