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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감찰관 줄거리, 내용해설

by 인문학엄마 2023.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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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관

 

감찰관

 

<감찰관> 줄거리

러시아의 어느 작은 도시에 감찰관이 몰래 온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이에 시장은 마을의 주요 관리들을 밀실로 소집합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관리들이 모인 가운데 시장은 정보 제공자에게 온 편지를 공개하는데, 상부의 비밀 명령을 받은 감찰관이 사찰을 하기 위해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이곳 마을로 파견되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시장과 교육감을 비롯한 병원장, 우체국장, 지주, 경찰서장 등 관리들은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위해 이런저런 궁리를 하며 몹시 애를 태웁니다.

한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온 허풍쟁이 하급 관리인 흘레스타코프는 도박으로 여비를 몽땅 날리고 여관에서 밀린 숙박비도 내지 못한 채 끼니를 굶으며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여관 주인은 숙박비를 내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지요. 그런데 마을의 한 지주가 이러한 흘레스타코프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파견된 감찰관으로 오해해 시장에게 보고합니다. 시장은 지주의 말만 믿고 흘레스타코프를 만나지요. 시장은 흘레스타코프를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한 뒤, 후하게 대접합니다. 흘레스타코프는 시장 집에서 환대를 받으며 순간순간을 임기응변과 속임수로 대처하지요.

돈이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패한 지방 관리들은 가짜 감찰관 흘레스타코프에게 자신들의 허물과 과실을 감추기 위해 뇌물을 건네고 연회를 베풀며 후하게 대접합니다. 흘레스타코프는 뻔뻔하게도 시장의 딸에게 청혼까지 하지요. 시장의 집이 축제 분위기로 들썩일 때, 흘레스타코프는 이곳을 유유히 빠져나갑니다. 이때 흘레스타코프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몰래 뜯어본 우편국장이 그의 정체를 폭로하며 모든 사실이 밝혀지지요. 시장이 분을 이기지 못해 어찌할 바를 몰라할 때, 헌병이 진짜 감찰관의 도착 소식을 알립니다. 모든 관리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못 하고 몸이 굳어 버렸습니다.

<감찰관> 작품 해설

 

<감찰관>은 1836년 4월 19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알렉산드르 황실 극장에서 처음 공연한 극으로, 황당하고 속물적인 허풍쟁이 흘레스타코프와 타락한 지방 관리들을 등장시켜 러시아의 부패한 관료 제도를 신랄하게 풍자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어떤 사람은 당시 관료들의 타락상을 날카롭게 비판한 극으로 높이 평가한 반면, 어떤 사람은 이 작품의 풍자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지요. 이처럼 엇갈린 평가는 이 작품이 당시의 현실적 모순과 부패함을 매우 신랄하게 비웃으며 폭로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당시 러시아는 황제 니콜라이 1세 (1825~1855년)가 통치하던 시기입니다. 니콜라이 1세는 즉위하자마자 데카브리스트의 반란 (1825년 12월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농노제의 폐지와 입헌 정치의 실현을 요구하며 러시아 청년 장교들이 무장봉기해 일으킨 반란)을 진압한 뒤, 30여 년 동안 러시아 인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철저한 반동 전제 정치를 시행했지요. 니콜라이 1세는 죄지은 사람들에게 모질고 혹독한 형벌을 가했습니다. 범죄자의 얼굴에 'BOP(도둑)'이라고 새겼으며, 1826년에는 이른바 '철의 법규를 내세워 검열 제도를 강화하기도 했지요.

이와 같은 니콜라이 1세의 공포 정치는 <감찰관>에서 지방 관료들이 흘레스타코프를 감찰관으로 오인한 것이나 흘레스타코프에게 크나큰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그의 말과 행동을 자신들 마음대로 해석해 그에게 복종하는 것과 관련이 깊습니다. 니콜라이 1세의 명령으로 비밀리에 파견된 감찰관이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작품 속 관료들처럼 타락한 사람들에게는 매우 두려운 대상이었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결국 이 작품에서 숙박비를 내지 못해 여관을 떠나지 못하는 흘레스타코프를 암행 감찰관이라고 여기고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당시의 억압적이고 타락한 시대적 분위기가 만든 하나의 해프닝인 셈입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시장은 뻔뻔하게 뇌물을 요구하고 받기도 하는 타락한 관료의 전형입니다. 또 가짜 감찰관 흘레스타코프를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하며 환대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시장은 권력에 발 빠르게 아부하며 자신의 위치를 유지해 나갈 줄 아는 아첨꾼이기도 하지요. 이러한 시장의 추천으로 임명된 교육감 역시 시장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부정적 인물입니다. 병원장 역시 동료들을 은밀하게 뒷조사해 그들의 잘못을 당국에 보고하는 인물이며, 뇌물로 받은 사냥개를 좋아하는 판사나 악명 높은 경찰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감찰관>에는 모두 부정적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시장을 비롯한 교육감, 판사, 병원장, 경찰서장, 우체국장 등은 한 사회의 지도층을 상징하는 대표적 사람들로, 이들의 타락성은 곧 부패한 사회를 의미하는 것이지요.  작가 니콜라이 고골은 이 같은 인물들을 통해 타락한 관료들의 도덕성을 폭로함으로써 당시 러시아의 부패한 사회 현실을 통렬하게 비판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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